최초의 근친상간

세계의 모든 창조신화에는 예외 없이 근친상간에 대해서 나온다.

그리스 신화에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아들 우라노스와 섹수해서 티탄들을 낳았다고 나온다.

한국에도 대홍수 이후 남매가 단 둘이 남게 되자, 부부가 되서 자손들을 남겨서 현생 인류가 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건이라면 아마 오이디푸스의 신화일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는 훗날 프로이트에 의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정의되어

남성이 애초부터 갖는 근친상간적인 욕망에 대한 학설을 완성시켰고, 이후 예술, 학문, 문학적으로 후세대들에게

끊임없이 재창조되어 간다.

 

아들이 어머니를 성적으로 동경해서 아버지를 증오하고 없애려고 한다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처음에 유럽에서 크나큰 파장을 일으켰다. 19세기 유럽은 엄격한 기독교 사회였기에 근친상간이 소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프로이트의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구스타프 융은 오이디푸스와 상반되는 엘렉트라 컴플렉스를 주장하면서

맞불을 놓는다. 남성이 어머니를 최초의 성애 대상으로 삼듯이 여성도 아버지를 그렇게 인식한다는 주장으로, 오이디푸스를 여성화시킨 이론이다.

 

두 이론 다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찾아서, 남녀의 성애가 최초로 탄생하고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학설로서 주장했는데, 현재 와서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서 단순한 가설로만 인정받고 있다.

오히려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인간들끼리의~~ 특히 부모와 자녀들 간의 원초적인 대립과 갈등의 구조를 서사하고 해석하는 소재로 사용된다. 이성과 합리의 과학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공감을 끌어내는 인문학적 측면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서, 창세기에 나오는 롯과 두 딸들을 통해 근친상간의 원천을 탐구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반대하는 이들은 남녀의 성애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시기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원래 롯은 선하고 인격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죄악의 도시 소돔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패륜을 저지르게 된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보다 더 현실성과 개연성을 지닌다.

롯의 두 딸들도 원래 순결한 처녀였는데, 온갖 죄악~~ 특히 성적인 범죄가 만연하는 소돔에 거주하면서 저절로 물이 들었을 것이다.

롯의 가족들은 애초에 성적으로 도덕성과 순결 의식을 지닌 건전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소돔의 멸망을 통해서 극한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도덕과 윤리의 붕괴를 겪게 된다.

특히 롯의 아내의 죽음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소금 기둥이 된 롯의 아내

 

한 가정에 있어서 어머니의 위치는 윤리와 도덕, 특히 성적인 면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갖고 있다.

어머니가 존재했기에 아버지와 딸들의 윤리, 도덕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라지고,  아버지는 무력감과 허무함에 빠진다.

남은 두 딸들이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 하게 된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는 참상은 세상 사람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겨 주게 되고, 소돔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롯 가족은 세상의 비난과 멸시, 천대를 받게 된다.

세상의 눈이 무서워진 롯 가족은 결국 산 속의 동굴에서 고립된 생활을 한다.

 

롯과 두 딸들

 

부인을 잃은 아버지는 무기력하고 절망하며, 두 딸들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 해야 한다.

세상에 버림을 받았던 롯의 가족들끼리 고독과 고통, 절망을 나누다 보니 결국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두 딸들은 소돔과 고모라에서 겪어 왔던 성적인 타락과 난행을 떠올렸을 것이고, 성을 통해서 현실 도피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롯은 두 딸들의 모습에서 부인의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성경에 기록된 최초의 근친상간을 저지르게 된다.

단순히 남녀의 성적인 욕망에 근거해서 쫘 맞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비해 훨씬 더 시간과 공간, 인물, 사건의

측면에서 인과 관계의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절망과 낙망, 고독, 죽음의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진실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