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협 세계의 창조자 이재학

60~70년대 홍콩의 무협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을 하면서, 한국인들은 점차 중국무협문학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중국의 무협은 원래 중국의 공산화를 피해서 홍콩과 대만으로 이주했던 김용, 와룡생, 고룡 등에

의해서 창조되었다. 오랜 전쟁과 참화를 겪었던 중국인들에게 중국문명의 위대함과 역사성을

선전하기 위해서 일단의 문인들이 신비의 무공을 가진 중국의 영웅호걸들을 새롭게 창조하면서

현대 중국무협이 발생한다.

 

김용의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유명하다.

그래서, 한국의 작가들도 중국무협을 모방해서 한국식 무협을 창조하기 시작하는데

중국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 역사, 지리, 전통에 근거한 방대한 세계관과 인물, 문파, 세력들을

창조하는데 난항을 느낀다.

사실 한국인의 관점에서 중국의 세계관을 묘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한국의 무협은 중국과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 어설픈 표절과 모방은 독자들에게 외면을 당한다.

그래서, 여러 작가들이 한국식 무협을 표방하면서 작품들을 내놓지만 빈약한 모방과 표절에 불과하다는

말만 듣게 된다.

그러나, 이재학은 중국과 명백히 차별되는 한국식 무협을 최초로 창조하는데 성공한다.

 

중국무협은 중국인이 이민족을 멸시천대하는 중화사상이 표출되는 반면 이재학은 마치 세익스피어의 작품들

처럼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비극을 무협의 형식으로 재창조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다.

 

군부독재의 압제하에서 고통받던 한국 대중들은 이재학의 무협에 열광하는 이유가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수탈하는

한국사회의 그늘을 여실히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는 숱한 걸작들을 발표했는데 특히 검신검귀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무협만화를 한국출판시장의 한 축으로

만들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다.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연상하게 만드는 걸작으로써 이재학의 신화를 최초로 창조하는 시발점이 된다.

마치  국가= 아버지가  야망과 명예, 이익을 위해 국민 = 아들을 희생시키는 듯한 구성은 군부독재시절에

모든 국민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개인의 인생과 삶을 맹목적으로 희생해야 했던 시대적 아픔을 보는 듯 하다.

 

중국의 무협은 서구제국의 침탈과 정복에 시달렸던 중국민중에게 중화의 자부심과 위엄을 되세겨 주었다면

이재학은 군부독재와 식민지 시대를 겪었던 한국민중의 애환과 비극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최초의 한국무협세계를

창조했다고 볼 수 있다.